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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Know What You Do Not Know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제일 어렵다

By Jinho Ko

학부 기간동안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몇 가지 소중한 교훈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생각보다 아주 중요하다는 점이다. 약간의 과장을 덧붙이자면 여러 과목에서 학점을 잘 받아 좋은 학점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1.

대학에 와서 몇 년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대화(그것이 학교 공부에 관한 것이던 아니던)를 나눠봤지만, 어떤 내용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심지어 따져 봤을 때 어떤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사람이 그 내용을 안다고 말하고, 그로 인해 연쇄적인 피해를 입은 적도 있었다. 이러한 일은 단순히 그 사람이 거짓말쟁이여서 발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비슷한 사례들을 여럿 접하면서, 나 역시 그런 사람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포함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봤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은,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무언가를 배울 때 우리는 어떠한 내용을 새로 알았음에만 초점을 맞추지, 그것으로 말미암아 내가 원래 몰랐던 어떤 것을 알게 된 것인지, 그리고 이제 나는 어떠한 내용을 모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무엇인가를 “안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애매한 개념이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고민을 좀 해 봤는데,

그것에 대해 모르는 것 빼고 다 압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자신감이라면 충분히 그 내용을 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즉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애매하게 나열하기보다,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열하고 그것의 역을 안다고 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그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거나 혹은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만한) 남에게2 그 내용을 강의해보면 파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그 내용을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면 전자가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토론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토론하다 논리에 지거나, 강의를 하다가 내가 강의했던 내용과 상충하는 내용이 생긴다면, 나는 그 내용을 안다고 할 수 없다.

내가 안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분야의 교수가 와도 지지 않아야 한다. 그 분야의 교수처럼 엄청 많은 것을 알라는 것이 아니다. 아주 단순한 내용이라도 정확하게 그 내용을 알아야 하고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교수와 싸워도 이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지식이 담긴 공간이 있다고 할 때, 나는 그 공간 안에서 ‘앎’과 ‘모름’을 구분하는 경계선을 명확하게 그어야 한다. 경계선이 흐릿하지 않고 명확할수록 좋다.

그 경계선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선 99%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사람은 이 과정을 잘 못하고 어려워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첫째는 겸손하지 못해서이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을 본능 중 하나일텐데, 자신이 많이 안다는 것을 과시하는 데 집중하는 나머지 자신이 그것을 진짜 아는지 따지는 데에는 소홀하다. 두 번째는 자기객관화가 미숙해서 그렇다. 자기 자신을 제 3의 눈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3가 필요하고, 그것이 배움의 영역에서도 수행되어야 한다. 사실 메타인지가 가장 필요한 영역이 배움의 영역이 아닌가 싶다. 세 번째는, 타인에게 쫓겨면서 배움을 해서 그렇지 않나 싶다. 과도한 학업량이나 누군가가 짜준 스케줄로 공부(비스무리한 것)를 하다 보면 이런걸 할 시간의 혹은 마음의 여유가 없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사람은 절대 새로운 지식을 넣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단순한 부분으로 돌아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 “모르는 것 빼고 다 알아요"라고 할 수 없는 점이 생긴다면, 그 이상의 영역은 다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제대로 배워야 한다. 지식의 경계에 부실공사를 했던 내용을 걷어내고 다시 견고한 벽돌을 쌓아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지식의 마천루를 짓고 나아가 그 마천루들로 이루어진 동네를 탄생시킬 수 있다.

“모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무지를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애매하게 아는 것은 모르는 것과 다를 바 없고, 그것 역시 모른다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기꾼이 되어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치는 사기일 뿐더러, 타인에게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기 때문에 사회에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사기꾼이 되지 않으려면 우선 겸손(being humble)해야 하며, 또 자기객관화4를 잘 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자세를 통해서만 비로소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힘이 생긴다고 본다.

덧붙이자면, 내가 어떤 분야를 잘 안다고(혹은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한들) 다른 분야를 모두 안다는 착각은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식이 늘어날수록 오만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 아는 것이 많다고 배움의 양이 줄어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 사람은 많은 것을 알기 위해5 배움이라는 것을 여러 번 해 왔기 때문에 모르는 것을 빠르게 파악하고 배우는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나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지식을 쌓아나갈 것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항상 겸손하며 모르는 배우는 자의 초심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1. 그렇다고 학점을 낮게 받으라는 소리는 아니다. ↩︎

  2. 수준의 차이가 너무 벌어진다면 틀린 얘기를 해도 듣는 사람이 캐치를 못 할 가능성도 있다. ↩︎

  3. 나중에서야 읽던 책을 통해 이것이 메타인지랑 관련된 내용임을 알게 되었다. ↩︎

  4. 자기객관화를 잘 하려면 메타인지를 기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관련 내용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는 것을 권한다. ↩︎

  5. 제대로 된 배움을 했다는 가정 하에. ↩︎

last modified August 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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